대바늘 잡기에 대한 개인적 견해; 컨티넨탈, 플리킹, 아메리칸

그렇게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벌써 십년은 더 지났으니까요, 제가 뜨개질에 입문하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유튜브가 보편적이지도 않았고, 다들 학창시절 목도리나 좀 떠 보다 말곤 했지, 작정하고 뜨개질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갓 스마트폰이 출시되던 시절이니 뜨개질이 취미인 저는 할머니라고 놀림 받는게 일이었대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죠.

지하철에서 바늘을 잡고 분주하게 있노라면 근처에 모든 어른들이 목을 쭉 빼고 구경하다 훈수를 두시곤 했어요.

요새는 그런 일 잘 없죠? 트랜디하고 젋은 니터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뜨개질은 흔한 취미가 되었으니까요.
그때, 그래도 코바늘 잡는 방법은 나이프 그립이니 펜슬 그립이니 개성대로 존재했지만, 대바늘은 아메리칸 딱 한가지만 배울 수 있었어요.
엄마에게서, 할머니에게서, 또 동네 어른들에게서, 그도 없다면 동네 뜨개방에서도요, 딱 한가지.
난로 하나 사이에 두고 비좁은 뜨개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인상 푸근한 할머니 사장님이 가르쳐주던 그 보편적인 방법이 바로 아메리칸 입니다.

십년쯤 바늘을 잡다보니 아메리칸으로야 속도도 늘고 드라마 보면서 안보고 자동으로 뜨기, 꽈배기 바늘 없이 아란무늬 뜨기 등 잡기만 늘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컨티넨탈이 유행을 하더라고요.

컨티넨탈이 뭐죠?

프렌치 니팅이라고도 합니다. 실을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잡고 따로 걸기 없이 바늘의 움직임과 왼손가락의 움직임으로 걸어서 주행하는 방법인데, 손과 팔의 움직임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피로가 덜합니다.
배색시 실꼬임도 덜하구요. 하지만 좀더 정교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습 없이는 몸이 쉽게 따라주질 않습니다.
보그과정을 수강하면서 알게 된 정보인데, 옆나라 일본이 대체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메리칸 기법을 더 신기하게 바라본다고 하네요

거리 때문인지, 일부에서 보여지는 문화적 유사성 때문인지, 아무래도, 공예나 수예에 있어서, 우리가 대체로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보니, 개인적으로 좀 신기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지 정보가 많지 않네요. 나름 전승된 방향이 달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뜨개질이라는 것 자체가 일본의 전통 수예 기법은 아니니까요.

플리킹은 또 뭔가요?

아메리칸처럼 오른손에 실을 걸지만, 실을 직접 잡아서 바늘에 감는 대신 검지 손가락에 실을 걸고 있다가 필요할때 살짝 걸쳐주는 방법을 말합니다.
아메리칸보다는 동작이 작죠 개인적으로 큰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인 니터분들의 패턴과 저의 개인적 생각은요.

초보분들의 경우 인터넷으로 트랜드를 접한 후에 시작하신게 아니라면 대체로 아메리칸으로 시작하셨을텐데요.
뒤늦게 페일아일이나 속도 등의 이유로 컨티넨탈을 연습하면서 혈압을 태우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다 플리킹으로 타협하거나, 일찌감치 왼손을 쓸 자신이 없어서 플리킹으로 노선을 잡고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인지는 모르겠는데, 뜨개질을 길게 하다보니 그런가, 아메리칸으로 손이 익더라도 컨티넨탈을 익히는데 크게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습니다.
손목이나 손가락이 아플때마다 자세를 바꾸던 것이, 플리킹인지도 모르고 익숙해 지기도 했고요.
다만 익숙한 방법이 많으면 굉장히 편리하긴 합니다.
우선 쓰는 손가락 근육을 다양화 할 수 있고,
한 네가지 색깔을 동시에 잡고 배색해도 양쪽으로 나눠 잡고 떠버린다던지 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건 한 가지 방법에 확실하게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진부하고도 진부한 견해입니다만, 소제목 그대로, 한가지를 확실하게 할 줄 안다면 다른 방법은 금방 익숙해집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자신에게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 배운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무슨 방법으로 니팅을 진행하던 못 뜨는 옷은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즐거운 것 아니겠습니까?

즐겁기 위해 시작한 취미생활, 사소한 기교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